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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일상

[러시아월드컵] 한독전 후 독일 및 여러 나라 사람들의 반응.

by 하치(Hachi) 2018.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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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하치입니다.



쉬려고 누웠다가 문득 어제부터 오늘까지 여러 메세지를 받은 것에 대해 흥미로워서 글을 남기려 왔습니다.



어제 바로 한국과 독일의 경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아는 스코어인 2:0으로 

저번 월드컵 우승국이자 FIFA랭킹 1위인 독일을 이겨버렸습니다. 


결국 우리는 킹메이커였고 

독일은 전 우승국이 16강에 올라가지 못한다는 징크스를 깨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독일에 사는 저희에게는 진짜 말도 안되는,

 그리고 좀 불편한 사태가 발생한 것 이였습니다.





사실 남편이랑 이번 월드컵 이야기를 하다가 

독일과 한 팀이 된 것에 대해 경기 날은 좀 불편하겠지만 

뭐 우리가 이기겠나 골만 많이 안 먹히길 바랄 뿐이다 라고 이야기 했었습니다. 


그리고 어짜피 우리랑은 마지막 경기니까 

그 전에 독일은 안정권에 들고 

우리랑은 적당히 하지 않을까하는 바람을 내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월드컵 이상하게 돌아가고 말았고 

우리도 우리지만 독일의 경기력을 보고는 정말 당황 그 자체 였습니다. 


독일 사람들도 이번 독일팀에 대한 불신이 좀 있는 상황이였고 

그 불안이 여과 없이 경기에 드러나게 된 것 이였습니다. 


졸지에 우리와의 경기에서는 독일이 이겨야 했고

 게다가 골까지 많이 넣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려서 

퍽 난감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2:0으로 이기다니 

정말 당황+황당+기쁨이 교차하는 그런 느낌 이였습니다.



이 날은 저희 부부에게 참으로 이상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현재 저희는 남편의 출장으로 스위스에 와있습니다. 


경기 시간에 남편은 독일 회사 사람들과 일하는 중 이였고 

전 혼자 루체른에 다녀왔는데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전반 40분이 지날 무렵 이였습니다.  


간간히 터지는 인터넷을 부여잡으며 스코어를 겨우 겨우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숙소에서 경기를 지켜보다가 후반 중반 부터는 정말 너무 심장이 터질 것 같아서 결국 텔레비전을 껐습니다.

 사실 저녁 약속도 있는 상황이라 부랴부랴 씻고 준비하고 있던 와중 갑자기 핸드폰으로 문자들이 마구마구 날라오기 시작합니다.



처음 온 문자는 중국인 친구한테 온 문자였습니다. 


예전 독일어 수업을 같이 듣던 친구들과의 채팅창 이였는데 

그 친구가 거기에 한국 진짜 대단하다며 독일을 이길 것 같다는 문자였습니다. 

지금 수업 시간인데 축구 얘기만 한다고 합니다.


 전 바로 텔레비전을 켰고 추가 시간 경기 중에 2:0 스코어가 눈에 띄였습니다. 


순간 이거 뭐지 싶었습니다. 

그래서 채팅창에 이거 뭐야? 라고 보내니 


다른 친구들이 한국이 독일을 2:0으로 이기고 있잖아 

한국 정말 대단하다

 진짜 잘한다

 너희가 올라가는거 아니야?

 이러면서 채팅창은 한국을 응원하거나 칭찬하는 글들로 가득 찼습니다. 


뭔가 뿌듯하면서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러면서 진작 이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습니다.

 멕시코가 이겼다면 더 좋았겠지만요.


그 중국인 친구가 듣는 수업이 오늘 딱 경기 시작하는 시간에 하는 수업 이였는데 

한국 사람이 아무도 안 왔다면서 지금 축구 보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마 그럴 것이다 

나도 지금 호텔에서 보고 있고 끝나면 나갈 것이다 라고 했습니다.

진짜 축하 인사를 너무 많이 들어서 꼭 16강 간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얼른 준비해서 밖으로 나와 남편과 회사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독일인들 사이의 남편이 보이네요. 


남편에게 경기에 대해 들었냐고 물어보니 그렇다면서 그런데 여기 사람들은 별 말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 전에 이미 실망하거나  

이번 경기력은 정말 자신들이 생각해도 아니라고 못했다고 생각한다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경기 한국이 정말 잘했다면서 축하를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있던 예전에 남편과 함께 일했던 프랑스, 영국 사람들도

 남편에게 와서 이번 경기 한국 정말 잘했다면서 독일을 이긴 것을 축하한다고 했습니다.


 독일이 떨어진 것에 대해 더 좋아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뭔가 독일이 공공의 적이였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얼떨떨한 하루가 지나고 오늘 아침 여럿 울리는 카톡으로 잠에서 깼습니다.

전 날 너무 피곤했던지라 확인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가 엄마한테 온 전화에 잠결에 받았습니다. 


사실 제가 외국에 나와 산지도 5-6년이 되어가는데 

그 때까지 엄마가 저에게 전화한 횟수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유는 저희 가족이 그래요.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라는 마인드의 집안이라 

가끔 생각날 때 전화하는 그런 가족입니다. 


그러다 보니 피곤한 가운데, 정신 못 차리고 있던 가운데에도 전화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엄마의 전화였습니다. 

무슨 일 있나 싶어 얼른 받았더니 하시는 말씀이 걱정이 되어서 전화했다 였습니다.


 응? 무슨 소리인가 싶었더니 

어제 독일과의 경기 후 혹시 우리가 여기 사람들에게 해코지라도 당할까 봐 걱정이 되어서 전화하신 것 이였습니다. 


더 재미있는 건 정작 엄마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이모들한테 연락이 와서 전화했다는 것 이였습니다. 


역시 우리 엄마 답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행히(?) 지금 스위스고 독일 사람들한테도 나쁜 소리 들은 것 없이

 어제 독일 사람들이랑 저녁에 재미나게 놀다 왔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약속이나 한 것처럼 몇 시간을 간격으로 친구들의 괜찮냐 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사실 저희도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었고 

상상한 적도 없었기 때문에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걱정 할 만한 상황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현재의 상황을 설명해주고 걱정할 거리는 없으니 너무 걱정 말라 했습니다. 

오늘 남편도 독일인들 사이에 있는 것에 대해 걱정 섞인 말들을 들었다는데 

정작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현재 저희가 독일에 있지 않아서 그 상황은 잘 모르나

 여기 독일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독일팀 탈락의 충격은 상당히 크게 온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건 독일팀이 경기를 잘 못했기 때문에 그 책임은 독일에게 있다고 인지하고 있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독일인 답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인에게 해코지 하거나 그러진 않았습니다. 

뭐 다들 아는 사람들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요. 


뭐 어째건 저째건 결국 F조에서 짐 싸서 돌아간 건 한국과 독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졸지에 응원할 팀이 모두 사라져버렸네요. 

이런 상황은 생각해 본 적이 없기에 얼떨떨하고 벌써 월드컵이 끝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아버렸습니다. 아직은 사랑 받고 있나 봅니다. 


그래도 독일에 있는 한국 분들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당연히 저희도 포함해서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동안 여러모로 고생을 한 한국 국가 대표팀에게 고생하셨다고 수고했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그럼 다음 글에서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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