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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일상

[독일일상] 무서운 돌풍으로 겪은 일.

by 하치(Hachi) 2018.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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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하치입니다.

지금 저희 동네는 비바람이 무섭게 옵니다. 제가 있는 도시는 독일의 니더작센주에 있습니다. 독일의 중북부 쪽입니다.


일년동안 겪은 독일의 날씨는 이랬습니다. 처음에 독일에 왔을 때는 겨울 이였고 참 많이도 추웠고 눈도 많이 왔었어요. 그래서 진짜 추운 곳 이구나를 느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비해 올해는 좀 더 따뜻한 것 같아요. 눈도 초반에 내리고는 계속 비가 내립니다. 흐린 날도 많고 날씨가 풀리면서 비도 자주 내렸어요. 많이 내릴 때도 있었고 부슬비 처럼 내릴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독일인들이 가장 이상하다고 말하는 4월이 지나면 5월부터 날씨가 점점 좋아지기 시작합니다. 햇빛이 보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게 되고 그렇게 여름이 찾아옵니다. 그럼 여느 다른 유럽 나라처럼 햇빛을 맞이하고자 누울 수 있는 곳에 누워 선탠을 합니다. 9월이 되어 가을이 오면 또 다시 햇님은 구름 뒤로 모습을 감추고 비도 자주 오게 됩니다. 그리고 몰랐는데 바람이 엄청 세게 붑니다. 이렇게 세게 불 줄을 몰랐는데 그래서 돌풍이라고 칭하는 것 같습니다.


독일돌풍


제가 이 바람으로 인해 엄청 고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10월 초 친구네 부부가 유럽 여행 중에 독일에 왔었습니다. 친구 부부의 여행 계획은 거의 독일의 남쪽 지방 이였고 여기까지 오라고 하기도 미안하고 그냥 보내기도 아쉽고 해서 결국 제가 프랑크푸르트로 가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친구 부부와 수다 떨고 놀고 아시아 마트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다되어 기차에 올라탔습니다.


잠도 자고 노래도 듣고 핸드폰으로 열심히 놀고 있는데 갑자기 카셀에서 출발하지 않고 계속 방송이 나왔습니다. 

무엇으로 인해서 기차가 더 이상 가지 않으니 여기서 내려야 한다고 합니다. 주변 독일인들이 궁시렁 거리면서 짐을 챙기길래 그 때 당시 A1 수준의 독어로 물어보니 강한 바람으로 인해 기차가 갈 수 없어서 여기서 내려야 한다고 저에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 당시 저에게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답변 이였습니다. 


'아니 대체 왜?? 바람이 그렇게 쎄?? 기차가 못다닐 정도로??'


여러 의문을 안고 내렸습니다. 순간 정말 여러가지 생각이 났습니다. 

영어도 독어도 잘 하지 못하는 상태에 혼자 아무 정보도 없는 곳에 내렸으니 당황스럽고 두렵기까지 했었습니다. 


사실 전 모르는 곳에 갈 때는 미리 철저하게 사전 검색을 통해 어느 정도 알아보고 가는 터라 아무 정보도 없는 곳에 간 것은 거의 처음 이였습니다. 게다가 이럴 줄 모르고 핸드폰을 열심히 쓴 결과 배터리는 10% 밖에 없었고 충전기나 보조 배터리도 없었습니다. 진짜 눈 앞이 깜깜했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정신이 없었습니다. 얼른 정신을 차린 후 우선 남편에게 사실을 알리고 어째 든 알아서 잘 가보겠다고 하고는 연락이 안되더라고 걱정 말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시간은 오후 7시가 넘었고 어째 든 오늘 안에는 집에 가야겠고 이럴 때는 무조건 사람들이 가는 곳이나 인포메이션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갔습니다. 역시나 모두들 같은 생각 이였습니다. 인포메이션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줄은 엄청 길었습니다. 


이러다 여기서 밤샐 것 같아서 두리번거리니 직원들 몇 사람이 밖에 나와서 질문에 답을 주거나 도움을 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그 분께 갔습니다. 그리고는 더듬 거리는 독일어로 나 여기까지 가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우선 여기 역에서는 아무 기차도 북쪽으로 올라가지 않는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는 다른 역을 통해서 가야 한다고 알려주면서 어느 역으로 이동하라고 알려주셨습니다. 정말 너무 고마웠습니다. 사람들도 많았는데 하나하나 친절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아마도 말도 잘 못하는 외국인이 외딴 역에 낙오된 듯한 느낌을 받으셨는지 잘 알려주셨습니다. 

그리고는 어느 우편 봉투과 서류를 저에게 주었는데 정신 없어서 물어볼 경황도 없이 우선 받아왔습니다. 알고 보니 환불신청서였습니다. 어째 든 주는 것은 무조건 잘 챙겨왔습니다. 


그리고 U Bahn인지 S Bahn인지 모를 열차를 타고 옆 기차역으로 이동했습니다. 이 때 지하철표를 끊어야 하나 싶었지만 역무원이 그냥 타도 된다고 해서 탔습니다. 아무래도 모든 기차가 그 곳에 멈추고는 모두 다른 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라 그랬던 것 같기도 했습니다. 


어째 든 이동한 그 다른 역에서 지역 열차가 있었고 다행히 저희 도시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가는 열차였습니다. 이미 사람들이 빽빽히 탔고 있었지만 집에 갈 수 있다는 기쁨에 그저 감사했습니다. 그리고는 저의 도시의 역에 도착해서 한숨 돌렸습니다. 약 2-3시간 더 걸려 도착했습니다.



어쩌다 보니 그 아비규환 속에서 일본인 친구를 사귀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는 오늘 유럽 여행 첫날인데 이런 일을 겪게 되었습니다. 프랑크푸르트 역에서 만났는데 이 기차가 맞는지 물어보면서 그리고 같은 칸을 타게 되면서 처음 알게 된 친구였습니다. 영어는 잘하지만 독어를 아예 못해서 걱정하길래 내가 조금 하니까 도와주겠다 해서 같이 다녔습니다. 사실 독일은 영어가 잘 통해서 괜찮긴 했겠지만 여행 첫 날에 이런 일이 생겼으니 얼마나 놀랬을지 짐작도 가지 않았습니다. 


저도 혼자라 걱정했는데 이 친구 덕분에 마음의 안정을 찾은 것 같았습니다. 무슨 생각 이였는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독어를 잘 못했을 때였었는데 말입니다. 아무래도 그 친구에게서 저와 같은 마음을 느꼈던 것 같아요. 


어째 든 저희 동네까지는 함께 도착했지만 그 친구가 가려는 곳까지는 열차가 다니지 않았고 계속 저희 기자 역에서 열차가 연착만 되고 있었습니다. 전 걱정 되서 함께 기다려줬습니다. 

10월 초라도 9,10시가 넘어가니 춥기 시작했습니다. 플랫폼에서 기다리다가 역 안으로 이동하니 역무원이 지금 기차 기다리고 있는 거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그래서 그렇다고 했더니 1번 플랫폼에서 먹을 것과 따뜻한 것이 준비되어 있으니까 가서 먹으라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래서 가봤더니 빈 열차가 서 있었고 그 앞에서 파스타랑 음료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 친구와 하나씩 받아서 열차 안으로 들어갔더니 이미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서 먹으면서 쉬고 있었습니다. 담요도 있어서 이미 누워서 자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우선 굶주린 배를 채우곤 따뜻하고 편한 곳으로 들어와서 그런지 기분이 좋아져서 사진 찍고 수다 떨고 놀았습니다. 


예정된 기차 시간이 되어서 다시 플랫폼으로 이동하니 75분 연착이 또 떴습니다. 그럼 자정이 훌쩍 넘어가는 시간 이였습니다. 


그래서 그 친구 보고 괜찮다면 우리 집에서 자고 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습니다. 다행히 그 친구가 보조 배터리가 있어서 제 핸드폰 충전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를 기다리고 있는 친구들한테 전화할 때 제 폰을 빌려주어서 이미 제 번호는 일본친구의 친구들에게 알려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생각해보면 처음 보는 사람 집에 가는 것이 요즘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 저라도 심각하게 고민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내 번호를 너의 친구들이 알고 혹시 모르니까 집주소도 알려줄께 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남편이 있지만 너만 괜찮다면 우리 집에 가도 되고 내 남편은 나보다 일본어랑 영어를 잘 하니까 편할 것이라고 말해주었어요. 다행히 그 친구가 고맙다면서 다음날에 친구가 차 가지고 온다고 했다면서 그때까지만 부탁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같이 택시 타고 집으로 왔습니다. 


사실 택시 타는 곳에 가니까 택시가 없었습니다. 

좀 기다리니 콜벤 같은 차인데 택시라고 적힌 차 한 대가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그 차 안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내렸습니다. 어디서 왔냐고 했더니 일본 친구가 가려고 했던 역에서 왔다고 하면서 그곳은 기차가 모두 멈췄다면서 아마 오늘 못 갈 것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일본 친구와 함께 우리 집으로 가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을 함께 먹고 친구 언제 오냐고 물어보니 10시면 도착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10시가 되니 벨이 울렸습니다. 역시 독일인 다웠습니다. 간단히 인사를 하고 얘기를 해보니 쎈 돌풍으로 인해서 나무들이 많이 쓰려졌고 사람도 다치고 사고도 많았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늘까지 바람이 세서 모든 기차가 멈췄다고 하면서 자신의 친구를 도와줘서 고맙다고 해서 마음이 왠지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렇게 10월의 돌풍은 새로운 일본 친구를 만들어 주고 사라졌습니다.


이 때 경험 덕분에 나중에 기차가 갑자기 멈추더라도 놀라지 않을 꺼 같습니다. 만약 기차가 멈춘다면 이렇게 알아두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밑에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인포메이션이나 주변 역무원에게 물어본다.

2. 환불 신청서를 꼭 받아둔다. 

  도착지 까지 열차가 가지 않을 시 도착 할 때 까지의 비용 및 원래 기차표의 금액에 대해 환불을 신청할 수 있다.

3. 연착이 길어진다면 주변에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는지 물어본다. 

   빈 열차에 불이 켜져 있거나 오랫동안 멈춰 있다면 그 열차는 임시 쉼터일 가능성이 크다.

4. 행선지가 같은 사람들끼리 모아서 택시를 탄다. 행선지 적은 종이를 들고 있는 사람들을 간간히 볼 수 있다.


그리고 오늘 천둥 번개와 빗소리로 새벽에 눈을 떴습니다. 

남편 어떻게 출근 해야 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침 먹는 사이 조용해졌습니다.  이 때다 싶어서 후다닥 준비하고 남편은 자전거를 타고 출근했습니다. 


그리고 전 점심 약속이 있어서 준비 하려는데 친구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아파서 오늘 못나간다고 미안하고 합니다. 어제 병원도 다녀왔는데도 아프다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원래 그 친구가 위가 안 좋은 것을 알고 있던 터라 괜찮다고 하고 오늘 날씨도 안 좋으니까 집에서 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한 시간 뒤 언제 그랬냐 싶게 푸른 하늘이 펼쳐졌습니다. 그럼 나갔다 올까 하던 중에 먹구름이 오더니 비를 마구 뿌리고 또 천둥 번개가 막 치기 시작합니다. 역시 독일 답다고 느껴지는 순간 이였습니다. 오늘은 집에서 얌전히 있어야 겠다 싶어서 점심을 먹고 팩스 보낼 것이 있어서 새로 알게 된 E POST로 처음 팩스를 보내보았습니다. 보내고 나니 30분 정도 소요 후에나 확실히 보냈는지 알 수 있다 해서 기다리고 있는데 팩스 잘 받았다고 해결되었다고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 기쁨도 잠시 에드센스에서 답변 메일이 10일 만에 왔습니다. 콘텐츠 부족과 코드를 넣지 않아서 연결이 안되었다고 안된다고 합니다. 난 넣었는데 싶다가 저번에 스킨 잠깐 만지다 다시 깐 것이 생각이 나면서 아차 싶었습니다. 어째든 다시 수정 후 한국에 있는 동생에게 부탁 하려 했더니 오늘 늦게 집에 들어간다 해서 내일로 미뤘습니다. 그러고 나니까 의욕이 뚝 떨어버렸습니다. 요즘 블로그 꾸미는데 재미 들리고 있었는데 아쉽게 되었습니다. 전보다 글도 많아졌으니 다시 신청해 봐야겠습니다. 


저녁 먹을 때마다 뉴스를 보는데 오늘 바람이 쎄게 많이 불긴 불었나 봅니다. 나무가 쓰려져 차들이니 집이니 부셔 지고 기차는 멈추고 또 난리가 났습니다. 지금 아일랜드랑 프랑스도 이 돌풍으로 인해서 많은 손해가 났다고 뉴스에서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돌풍이 그대로 저희 지방을 때리러 오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주 내내 비바람이 부는 날씨가 될 것 같습니다. 내일까지 돌풍 주의 떴는데 남편이 자전거와 함께 날아가지 않기를 바라야겠습니다. 오늘도 출 퇴근 시 고생 좀 한 것 같던데 벌써부터 다음 주가 걱정입니다. 친구한테도 이번 주는 쉬고 다음 주에 수업 시작할 때 보자고 해야겠습니다. 저도 나가기 겁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바람 소리가 무섭게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옆에서 남편이 내일 어떻게 출근하지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모두 힘내 보도록 합시다.


여러분 모두 바람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그럼 다음 글에서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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