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일상

내가 먹어본 러시아 음식.

by 하치(Hachi) 2018. 4. 9.
반응형

안녕하세요. 하치입니다.


저번 주 부활절 휴일 때 저는 러시아 친구의 초대를 받아서 그 친구 집에 놀러 갔다 왔습니다.

어학원에서 만난 친구인데 여기 독일에서 제일 친한 친구입니다. 그 친구는 외가 쪽 식구들이 여기에 많이 살고 있어서 오게 되었고 대학을 가기 위해서 온 친구였습니다. 그동안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서 지내다가 근처로 집을 얻어서 나오게 되었고 집이 정리 되는 대로 초대하겠다는 약속했었는데 그게 바로 이 날 이였습니다. 


저번에 제가 이 친구를 우리 집에 초대해서 비빔밥과 잡채를 대접했었는데 너무 좋아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자기가 너가 먹고 싶은 러시아 음식을 준비하겠다 해서 저는 보르쉬, Borscht를 부탁했습니다.


보르쉬, Borscht는 비트가 들어가서 붉은색이 특징인 러시아의 스프 입니다. 

고기 육수에 여러 채소들을 넣고 오래 푹 끓여서 먹는 스프 입니다. 

사실 제가 러시아에 대해 많이 몰라서 남편한테 물어봤더니 알려주었던 음식 이였습니다. 대표적이기도 하고 어떤 맛인지 너무 궁금하기도 해서 친구에게 부탁했습니다. 

사실 처음에 친구가 말하길 나는 이걸 잘 요리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오래도 걸리고 나름 손도 많이 가서 늘 할머니가 해 준 것만 먹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할머니가 해 준거라도 괜찮냐고 해서 전 더 좋다고 했습니다. 엄마 손 맛보다 더 좋은 건 할머니 손 맛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하는 저이기 때문 이였습니다. 

그리고 이 친구가 소화기가 좋지 않아서 고기를 잘 못먹어서 고기 없이 채소로만 조리 해도 되냐고 물어보길래 전 상관없다고 했습니다. 

그리곤 그 친구 집에서 본 보르쉬는 신문지에 꽁꽁 싸 놓은 냄비 안에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이렇게 줬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역시 할머니 다운 정겨운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그릇 받았습니다. 친구가 국물이 더 많은 것이 좋은지 건더기가 많은 것이 좋은지 물어보길래 둘 다 라고 했더니 이렇게 주었습니다.


보르쉬



안에 뭐 들어갔다 봤더니 비트, 감자, 양배추, 강낭콩, 당근이 들어있었습니다. 

친구가 콩 괜찮냐고 물어보길래 난 좋아한다고 했더니 자기는 원래는 싫어하는데 여기에 들어간 콩은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냄새는 약간 새콤하면서도 구수한 냄새가 났습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한 숟가락 입에 넣는 순간 너무나 맛있고 익숙한 맛이 났습니다. 

그래서 국물을 자세히 보았더니 기름이 동 동 떠있길래 고기도 넣었냐구 물어봤더니 육수만 냈다고 했습니다. 여러 고기를 사용하긴 하지만 할머니는 닭 육수로 만드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익숙한 맛이 났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생각보다 너무 이질적이지도 이국적이지도 않았습니다. 닭육수에 약간 새콤한 정도였습니다. 다른 채소들도 오래 끓여서 그런지 부드럽고 맛들이 강하지 않았습니다. 진짜 너무 맛있어서 너무 맛있다고 친구에게 말하고는 우리나라에도 고기 육수를 베이스로 하는 음식이 많아서 비슷한 것 같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니까 제 친구가 너가 좋아하니까 너무 기쁘다고 해주었습니다. 사실 남편도 보르쉬를 먹고 싶어해서 괜찮으면 레시피를 알려줄 수 있냐고 물어보니 선뜻 알려주었습니다.


사실 집마다 레시피가 다 다르다면서 자신이 알고 있는 할머니의 레시피를 알려주었습니다. 

먼저 냄비에 물을 넣고 손질한 닭 다리 2개를 넣어서 육수가 우러나올 때까지 끓여준 후 고기를 빼고 넣고 싶은 야채를 넣고 끓여주면 끝이라고 합니다. 만약 고기를 넣고 싶다면 끓은 후 살만 발라서 다시 넣어주면 된다고 합니다. 시간은 한 2시간 정도 끓이지만 중간에 먹어보고 맛이 괜찮으면 그 때까지 요리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전 세계 조리법은 모두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 이였습니다. 

채소는 냉장고에 있는 것 아무거나 넣어도 된다고 했습니다. 냉장고 청소할 때 만들기 좋은 음식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붉은 색을 위해서는 비트는 들어가야 하고 기본적으로는 감자, 양배추, 당근은 들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 외는 원하는 대로 넣으면 된다고 저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이 음식에 대한 저의 느낌은 진짜 거짓말 안하고 진짜 맛있었습니다. 

약간 삼계탕하고 남은 국물 맛, 거기에 죽 만들었을 때 나는 맛 같았습니다. 거기에 플러스 새콤한 맛까지 너무 좋았습니다. 

닭 죽에 새콤한 맛은 잘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너무 맛있고 잘 어울렸습니다. 


친구가 남은 것을 남편과 함께 먹으라고 유리병에 싸주었습니다. 남편이 이 음식을 알려주었고 먹고 싶어한다고 하니까 이렇게 따로 싸주기까지 해서 너무 감동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 날 밤에 집에 오자마자 남편이랑 또 끓여 먹었습니다.




슈만트슈만트와보르쉬보르쉬에슈만트















그리고 원래 또 보르쉬를 먹는 다른 방법이 있는데 바로 슈만트, Schmand라고 하는 것을 넣어서 먹는 것 이였습니다. 

찾아보니까 러시아에서 자주 먹는 것인데 유제품의 한 종류라고 합니다. 

친구한테 물어보니 친구는 우유는 아니고 버터도 아니고 요거트도 아니고 치즈도 아닌데 뭐라고 설명하기 힘들다고 하면서 그냥 슈만트라고 하면서 먹어보라고 저에게 권유했습니다. 사실 전 유제품들과 그리 친한 사람이 되지 못해서 겁이 나서 고민했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조금 넣어서 먹어 볼께 하곤 나중에 넣어봤습니다. 겁나서 살짝 떴더니 친구가 더 넣어야 한다고 해서 위에 사진 만큼 떠서 넣고 섞었습니다. 

슈만트를 티스푼으로 떴을 때 느낌은 약간 푸딩 뜨는 느낌 이였습니다. 그리곤 먹었는데 전 역시 유제품이랑은 안 맞는 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진한 요거트와 치즈의 맛과 향이 확 나면서 순간 이거 어떻게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친구한테는 솔직히 말하고는 난 슈만트랑은 안 맞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제 취향을 알고 있는 친구라 괜찮다고 해주었고 러시아에서 먹는 슈만트는 지방이 최고가 20%인데 여기는 24%라서 더 먹기 힘들 수도 있다고 저를 위로해주었습니다. 정말 고마운 친구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도 보르쉬는 맛있었습니다. 나중에 집에서 꼭 해 먹어 보려합니다. 


그리고 친구가 보르쉬만 먹기는 좀 부족하다고 냉장고에서 무언가를 꺼내왔습니다.



바레니키바레니키와버터



이거 먹어볼래 하길래 보니까 만두같이 생겼길래 바로 먹자고 했습니다. 

이건 바로 Wareniki 바레니키라고 하는 러시아 식 만두입니다.


안에는 양념 된 으깬 감자가 들어있는데 진짜 맛있었습니다. 냄비에 물을 끓이고 소금을 넣은 후에 얼린 상태인 바레니키를 바로 끓는 물에 넣어주었습니다. 그리곤 계속 저어주면서 10분에서 15분 정도 끓여주었습니다. 

그리곤 건저 낸 후 체에 물기를 좀 제거하고 버터 한 스푼에 함께 버무려서 주었습니다. 

그리곤 여기에도 슈만트를 함께 곁들여서 먹어야 하지만 네가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따로 담아줄께 하면서 따로 주었습니다. 역시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또 안에도 궁금해서 반만 잘라 먹어봤는데 진짜 완전 너무 맛있었습니다. 

피는 쫀득 쪽득 하고 안에 감자는 포슬 포슬 하고 소금 후추 간이 너무 잘 되있어서 진짜 너무 맛있었습니다. 따뜻한 감자 샐러드를 넣어 논 듯한 맛 이였습니다. 너무 맛있다고 어디서 살 수 있냐고 했더니 너도 자주 가는 MIX 마켓 가면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다음에 여기 마켓 가면 무조건 사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는 슈만트에 역시 찍어 먹어 봤는데 역시 맛과 향이 너무 강해서 친구한테 나한테는 별로야 했더니 너무 많이 찍어서 그런 것 같다면서 그냥 겉 면만 촉촉하게 묻을 정도만 묻혀서 먹어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먹어봤더니 이 또한 신세계 였습니다. 진한 맛과 향 대신 부드러운 향과 맛이 추가되면서 아 이래서 찍어서 먹어야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계속 그렇게 먹으니까 친구가 너무 좋아했습니다. 사실 이걸 다 먹을 수 있을까 했는데 몇 개 안 남기고 거의 다 먹었습니다. 나중에는 너무 배 불러서 못 먹겠어서 남겼는데 너무 아까웠고 아쉬웠습니다. 

궁금해서 이 음식에 대해 물어보니 어렸을 적에 가족과 친척들이 모두 모여서 이걸 만들어 먹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피 반죽하고 할머니가 밀대로 밀어서 주면 다들 동그랗게 앉아서 속을 채우고 빚었다는 말을 들으니 우리랑 너무 똑같아서 신기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도 만두라고 하는 비슷한 음식이 있는데 나도 어릴 적에 그렇게 만들어 먹었었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러시아도 한국도 냉동으로 모두 판매 되서 이젠 해 먹기 보단 사서 먹는 다는 것도 같아서 신기하면서 슬프기도 했습니다. 

혹시 감자 말고 또 다른 속 재료도 있냐 물어보니 고기와 야채로도 만든다 고도 알려주었습니다. 

우리나라도 그렇다고 하고는 두부도 사용하고 김치도 사용하면서 내용물에 따라 만두 앞에 재료 이름이 들어간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얘기하면서 느끼는 건 러시아와 한국이 생각보단 참 비슷하고 가까운 나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블리니블리니속피로시키



그리고 그 전에 또 다른 2가지의 러시아 음식을 먹은 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피로시키пирожки와 블리니 Blini였습니다. 


피로시키는 만두처럼 안에 소를 넣고 빚은 후 기름에 튀긴 음식입니다. 

저번 수업 마지막 날에 모두 가져온 음식을 함께 먹으며 파티를 했는데 그 때 친구가 가져온 피로시키입니다. 사진이 없는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전체 음식 찍은 사진에 있었습니다. 오른쪽 사진인데 노란 그릇 안에 들어있는 것이 바로 피로시키입니다. 안에는 으깬 감자를 넣었는데 맛이 감자만 들어간 고르케 맛 이였습니다. 감자만 들어가서 그런지 고르케 입맛에 익숙한 저에게는 약간 심심했지만 맛있었습니다.

역시 나 친구 할머니 작품입니다.


이건 블리니 Blini 라고 러시아의 디저트 중 하나로 팬케이크같은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안에 내용물을 바꿀 수도 있고 내용물에 따라서 식사 용으로도 디저트 용으로도 먹을 수 있습니다. 이건 얇은 크레프에 요거트와 치즈사이의 무언가와 건포도를 넣고 감싼 것입니다. 저번에 친구를 저희 집에 초대했을 때 친구가 가져온 디저트였습니다. 치즈를 싫어하는 저도 먹을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겉에 반죽은 너무 달콤하고 냄새가 너무 좋아서 진짜 많이 먹었던 것 같습니다. 이것도 친구가 할머니랑 같이 만들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친구가 어떤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거 아냐고 물어봤는데 바로 이거였습니다.



메밀



전 이것이 뭔지 몰랐었습니다. 찾아보니까 메밀 이였습니다. 

러시아에서는 메밀은 자주 먹는 다고 저에게 알려주었습니다. 그래서 한국도 먹는데 거의 가루 형식으로 먹어서 이렇게 온전한 상태인 것은 잘 못 봤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떻게 먹냐고 하길래 반죽해서 야채랑 기름에 부쳐 먹기도 하고 만두피 처럼 만들어 먹기도 하고 면으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차로도 먹는다고 하니까 너무 신기 해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에서도 건강식이라면서 가루로도 먹지만 그냥 이렇게 조리 해서 많이 먹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신기했습니다. 그리곤 메밀꽃을 보았냐고 물어보니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작고 하얗고 이쁜 꽃이고 한국에서는 메밀 재배 지역에 축제도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저녁에 반 친구들과 약속이 있었는데 시계를 못봐서 15분이나 늦어버렸습니다.다행히 저희 보다 더 늦게 온 인도친구덕분에 꼴찌는 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이 친구와는 문화적으로 나 생각이나 좋아하는 것 모두 비슷하고 잘 맞아서 너무 좋았습니다. 이제 수업도 다 끝나서 다음 계획을 어떻게 할까 둘이 짜고 있는 중입니다. 늘 함께 할 수 있는 친구가 생겨서 더 이 곳이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럼 다음글에서 또 만나요. 

반응형

댓글